첫눈이 오던날 눈 구경을 나섰다. 목적지는 부안 격포였는데, 김제를 지나 부안으로 접어드는데 함박눈이 쏟아지는 거다. 정말 눈구경 한번 실컷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격포쪽으로 가고 있는데 도로에 차량도 몇대 없다. 오르막길에서 차들이 못가고 있는게 아닌가, 마침 윈도우브러쉬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있으니 제설작업차량이 지나가고 있어 그 차량 뒤를 따라 격포에 도착했다. 아마 그 제설차량 아니었으면 격포까지 오지 못하고 되돌아 갔을 것이다.
첫눈치고는 너무 많이 온 탓에 격포 거리는 너무도 조용했다. 길거리엔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사람도 없었다. 점심시간이 늦긴 했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격포 수산물센터 옆에 있는 해변촌이라는 음식점을 찾았다. 해변촌은 처음 가는 음식점이지만
음식점 사장님과 마님은 두달전 백합죽 350그릇을 가져와 사회복지시설인 남원풍악산정신요양원에서 음식봉사를 할 때에 만났던 사람들이다. 이분들은 음식점을 운영하여 얻은 이득금중 일부를 가지고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면서 한달에 1-2번의 음식봉사를 하는 천사와 같은 사람들이다. (해변촌 홈페이지에 한번 가보세요. 거기에 이사람이 올린 글도 있음-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렸던 글임)
음식점에서 해물만두국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그분들과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격포를 출발 집으로 오고 있는데, 변산을 지나 산길을 접어드는데 할머니와 건장한 청년이 양손에 보따리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눈이 많이 와서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걸 뻔히 알면서 그냥 지나쳐 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들을 내차에 타웠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했더니 부안 행안까지 가는데 할머니의 아들이 트럭타고 이모집에 왔는데 눈이 많이 와서 트럭을 못 가져가고 버스를 타려고 나왔다고 한다. 부안읍내에 가도 눈길에 버스도, 택시도 없어 행안면의 집앞 도로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이 건장한 청년이 호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나에게 건너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받으려면 안 태워 드렸습니다. 라고 사양을 했지만 고마워서 드리는 것이니 받으라는 것, 그래서 나도 좋은 일 좀 하고 삽시다. 돈을 받으면 좋은 일이 아니고 영업이지 않소 라고 하면서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눈 구경도 잘하고, 좋은 일도 하고 하루 일과가 흡족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진휴게소에서 잠깐 쉬면서 휴대폰 카메라로 올해 첫눈을 담아 왔다
♡♡♡♡♡ 와-눈이 넘 마니 왔다 ♡♡♡♡♡♡♡♡♡♡♡♡♡♡♡♡♡♡♡♡
↓ 첫눈이 쌓인 우리집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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